혀 - 혀, 혀, 혀.




조경란의 혀는 한 마디로 기막힌 소설이다. 자극적인것을 넘어서 엽기 차원으로 흐르는 엔딩과 그와 상반된 담담한 내용들도 기가막히지만, 그 내용을 담아내는 문장과 표현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정말 기막힌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물론, 너무 길어서 눈꼴시린 문장들도 몇 있었지만, 어려운 개념을 '혀'를 통해 쉽게 해석하고, 재미없는 내용 혹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조경란이라는 작가의 글능력에 조의를 표한다. 그냥 단순히 읽을만한 책을 살 심정으로 산 책이였는데, 의외로 좋았다. 마음에 든다.

인간은 정말로 쾌락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삶은 짧다. 껏해야 100년살까 말까? 지구는 몇 억년동안 살았고, 우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았다. 인류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로 따지자면 1초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한데, 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짧은 것일까? 그런데 이 짧은 삶속에 쾌락이 존재한다. 그리고 쾌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만다. 삶보다 더 짧고 빛보다 더 순식간에 가버리는 것이 쾌락이다. 이기주의. 모든 동물은 극도의 개인주의를 모든 상황에서 발휘한다고 한다. 그것도, 그 눈 깜짝할 사이의 쾌락을 위해서 말이다. 쾌락은 금방 지나간다.

사랑 역시 쾌락의 일종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뇌에 뭐시기,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가 되고 그로 인해 쾌락을 느낀다. 위에서 말한 듯이 쾌락은 짧다. 한 순간이다. 흥분해 있다가 '아'하는 순간에 폭팔하듯이 넘쳐 흐르던 쾌락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렇지만 사랑은 남아있다.

모순이 생긴다. 사랑 역시 쾌락의 일종이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조경란의 혀를 보며, 정말 사랑이 쾌락의 일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순이 생기니까. 사랑은 남아있다는 것이 모순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혀라는 소설 속 여주인공은 사랑에 배신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남아 그녀를 괴롭힌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미각으로 돌려보려고 하지만 그녀의 그런 노력이 계속 될 때 마다 그녀는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결국 자신의 전애인과 바람난 여인의 혀를 잘라 전애인에게 요리를 만들어 주는 충격적인 결말로 소설은 끝나게 된다.

혀라는 소설을 읽고, 사랑이 쾌락의 일종이 아니라 사랑과 쾌락은 전혀 별개의 것이면서도 서로 연관되는, 오묘한 관계에 놓여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끈적끈적한 점액들 처럼, 쾌락이 지나간 곳에는 사랑이 남고, 사랑이 지나간 곳에서 쾌락이 피는것이 아닐까? 혀가 엉키고 엉켜 끈적한 침을 만들어 내듯이... 쾌락. 사랑. 사. 랑.

책장을 덮자 괜스래 혀의 돌기가 계속 신경쓰였다. 손으로 만져보니 정말로 물기가 없는 혀는 까끌까끌하겠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사랑이라는 물이 없으면 자라나지 못하는 식물 유추프라카치아도 까끌까끌할까? 사랑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지구는 사막으로 덮혀있찌 않았을까? 까끌까끌하게... 거칠거칠하게... 건조하게... 건.조.하.게.

by 우노히카 | 2008/03/27 01:02 | 읽는다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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