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써니님의 포스트를 읽고...

* 네이버 유명인사 블로거이신 레드써니님의 '문제는 필력이 아니고 기획력이다'라는 글에 대한 제 의견입니다. 조금 두서 없이 진행되어 읽기 껄끄러우실 겁니다...



모든 글쟁이들은 한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부터, 몇 년, 몇 십년을 써온 원로 작가들부터, 아마추어 작가들, 저같은 일개 글쟁이들까지. 그것은 바로 '어떤게 좋은 글이냐'라는 문제입니다.

레드써니님은 몇 년동안 네이버 블로그를 하시면서, 어느정도 블로그를 완성도 높게 이끌으셨고, 네이버 블로그의 혁신을 가져오신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드써니님은 블로그를 통해 유명인사가 되셨죠.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는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아니.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글을 좋아합니다. 못 쓴다는 소리는 많이 듣지만, 그래도 씁니다. 딱히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할 방도가 없지만, 저는 정말 글 쓰는게 재미있습니다. 제 머릿속으로만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활자로 옮기는 것. 마치 2억개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은 그 일. 정말 성스러운 일. 힘들지만 완성될 때의 그 기쁨을 알기에 저는 글을 씁니다. 그러다 보면, 저 역시도 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게 되죠. 도대체 좋은 글이란 뭐냐?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이다라는 말을 듣느냐? 글쟁이들이 풀어야 하는 커다란 숙제지요.

레드써니님은 멋진 분입니다. 천만 블로그라는 외부를 깨고 내부로 들어가면 저는 뜨거운 열정이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근영버닝모드도 그렇지만, 레드써니님은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무엇이 좋은 글이냐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끊임없이 제시했습니다.

그런 그가 몇 일 전에 내린 대답은 이것이였습니다. '문제는 필력이 아니고 기획력이다'라는 것. 요즘 네이버 메인에 뜨는 블로그 글들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지, 글의 짜임새나 필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얼마나 글을 잘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읽느냐의 문제라고 합니다. 자신은 자기만족에 그치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해봅시다. 저는 장르소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특히 호러, 미스테리, 스릴러쪽이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손에 얻기 힘들다는 영화들도 집념을 가지고 찾아다니며, 도서관에도 찾아보기 힘들다던 레어 호러북들을 찾는 북 헌터이기도 합니다. 순문학도 물론 읽고, 정말 좋은 순문학이라면 주위에 모든 이들에게 침도 튀겨가면서 추천하지만, 저는 정말 장르소설을 읽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제가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무조건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모든 컨텐츠는 일정의 재미를 담고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초등학생적인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재미가 없으면 모든 글은 말짱도루묵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대담하고 멋진 주제를 가지고 있더라도, 작가의 글솜씨가 몇 백년에 한 번 나오는 사람일 정도로 문장이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전 읽지 않습니다.

글은 독자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상대방과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말합니다. 여기서 대화란 끊임없는 질문과 답의 이어짐을 뜻합니다. 글을 읽는데 무슨 질문과 답이냐? 라고 물으신다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세요.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끊임없이 작가에게 why, what, how, who,where, when을 소리칩니다. 그리고 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을 통해 적절한 답을 독자에게 건네줍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입니다. 그래서 글이 쓰기가 참 힘들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태어났을 때 부터 끊임없이 소통의 현장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을 조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이 정확한 파이값(π)을 구하는 것 보다 힘듭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독자의 예상질문을 모조리 파악해야 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건네주는 정확한 타이밍을 계산해야 하며, 그 질문의 답을 어떻게 풀어내고 설명할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잘 쓰여진 글은, 이러한 대답들이 정말로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대답이 잘 이루어진 글은, 읽을 때 정말 두근거림을 감출 수 없습니다. 독자가 끊임없이 묻는 대답에 대해 완벽에 가까운 대답을 건네주기 때문에, 그 대답을 받고 읽는 순간 모든 독자들은 그 글에 매료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말하는 재미는, 독자가 글에 '매료 되냐, 되지 않으냐'라는 것에 있습니다.

다시 레드써니님이 제시해주신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보죠. 기획력. 그것이 바로 '재미있는' 글을 완성시켜주는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자들이 적어도 글쟁이들에게 질문 할 수 있는 질문들을 짜고,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게 할 만한 대답과 질문을 오히려 건네기도 하고. 이런것들이 기획력에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습니다. 레드써니님이 말씀하신 '자기만 만족하는 글'은 정말 저는 쓰레기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로써 해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인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고 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필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넓은 의미로써의 기획력이라면 필력 역시 포함되어야 하지만, 좁은 의미로써의 기획력을 생각해 본다면, 기획력만 좋으면 허물만 좋은 껍데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럭저럭 흥미를 끌고, 읽는 재미는 있지만 대답이 현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대답 자체를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 글쟁이의 능력, 바로 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필력 역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지만, 기획력만큼 필요한 것은 아닌, 어쩌면 조금 부가적인 보너스 역할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필력 vs 기획력의 대결이라고 하면 저는 기획력에 손을 들어줄 것 입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게 아닙니다. 레드써니님에게 정신차려!라고 말하고 싶은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글쟁이라면 완벽한 글을 쓰고자 하지 않나요? 누가 필력과 기획력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나요? 2가지 전부를 모두 포함시키고 충족시켜야 좋은 글이 완성되지 않을까요? 아니, 2가지로는 부족하죠. 3가지, 4가지, 5가지, 100가지, 1000가지, 10000가지를 모두 포함시켜야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요? 결국은 이겁니다. 좋은 글은 두루두루 모든것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 한 여인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해서 '이 여잔 완벽해'라고 할 수 있나요?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자신과 어울리는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얼마나 무식한지, 성격은 어떤지... '얼마나 나와 말이 잘 통하는지' 등등 많은 문제들을 고려해봐야 하는게 아닌가요? 그래야 완벽하다는 소리가 나오죠.

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완벽한 것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완벽한 글, 가장 이상적인 글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기와도 같이 말이죠. 모든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활기를 주고, 모든 사람들의 뱃 속을 들락날락거리는 글은 존재 한다고 믿습니다. 모든 글쟁이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그 글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레드써니님도 그것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끝이 아직도 먼데 아직도 무엇이 먼저이냐를 여기서 논한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by 우노히카 | 2008/04/17 00:38 | 또 말한다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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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roject-R at 2008/04/17 01:29

제목 : 문제는 필력이 아니고 기획력이다.
블로그를 오래하면서, 뭐라고할까 사람들이 글읽는 습관, 아니 적어도 인터넷, 블로그 포스트를 읽는 습관및 취향을 어느정도 파악했다고 할까? 그런걸 좀 느낀다. 나는 이 글, 글이라는것에 대해서 조금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받는다.모든 글쟁이들의 최종목적지라고 할수있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수있는가에 대한 연구지.뭐 생각만하지 필력은 레벨업은 못...more

Commented by 레드써니 at 2008/04/17 01:28
후와.ㅎㅎㅎㅎㅎunohika라고 주소창에 입력하고왔어요.ㅎㅎ 네이버에서 아이디랑 다르시네요.일단 글 정말 재미있게 봤구요.언제나 제글에 멋진 트래백해주셔서 감사합니다.네이버 시스템을 나름옹호해도 이렇게 타블로그와의 엮인글이 제대로 되지않아 안타까울따름입니다T.T

일단,저는 이 글을 쓰고 욕이라도 좋으니깐 많은분들이 논쟁해주셨음 하는 바램이에요.사실 이거의 요지는 이거잖아요.작품성보다 상업성이 좋다.글은 무조건 보는사람몫이다.작품운운하기전에 독자를 먼저생각하자이런 요지라,자칫 원론주의자들에게는 안좋은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왠지 오히려 그런 틀에박힌 생각을 깨보고싶다는 이야기에서 올렸습니다.근데 무엇보다 필력이니 기획력이니 해도 두가지다 별해당안되는 제가 이야기하는게 무례하고 어처구니없지만 그래도 용기를 갖고.ㅎㅎ

그런상태에서 좀더 한쪽편향으로 치우친 글을 쓰고싶었습니다.예전부터 필력이라는 의미에 회의를 많이 가졌거든요.내가 정성을 들인다고 그 컨텐츠가 좋아야하고 인정받아야되는가에 비례적인 답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러면서 정말 내가 글을 통해 얻고자하는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생각하니 역시 많은사람들이 읽어주었음 하는 느낌.거기에서 필력이란 의미있는건가라고 생객해서 글을 적었습니다^^

마지막 충고 참 마음 깊숙히 새길께요 끝이 아직도 먼데.ㅎㅎ 부족함이 많은 상태로 한번 도발을 해봤어요.하지만 필력에 대한 많은 블로거들의 생각을 알아볼수있어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제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것같습니다.비록 네이버를 떠나셨지만흑흑..즐겨찾기게 추가했으니깐요^^ 이글루스 저도 자주오겠습니다!!
Commented by 다크인생 at 2008/04/17 01:46
요즘 급격히 기억력이 쇠퇴해서... R님이나 풀잎피리님 글에 이런게 있었나 싶은데.. ㅡㅡ;;

블로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죠.. R님 같은 경우 1인 미디어로 만들고 싶으셨으니 많이 보는 쪽을 옹호하실 수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쪽보다는 저 자신 위주로 만들어서 자기 만족이 우선일 수도 있고...

저도 기획이나 필력이나 둘 다 밑바닥이기 때문에 어떤게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저는 아직까지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이 좋아요. 그러니까... 6:4 정도로 필력 쪽입니다... 어느 정도 제가 만족하면 그 때는 기획쪽으로 기울 수도 있겠죠. ㅎ

그나저나... 이글루스는 안부게시판 같은 게 없어서... 댓글 달기도 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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