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 동물의 왕국. 짐승들. 그리고 비린내

선한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말합니다. 선한 사람은 없습니다. 감독님의 정신세계가 궁금할 뿐입니다. 감독이 그려내는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에는 선한 사람은 없습니다. 똑똑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가 악인이고 모두가 멍청할 뿐입니다. 추격자는 그런 영화입니다.


비린내가 납니다.


영화에선 시종일관 비린내가 납니다. 기가 막히게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연쇄살인범이 시종일관 피 비린내를 풍기고, 하늘은 비 비린내를 풍기고, 주인공은 담배 비린내를 풍기고, 서울시장은 똥 비린내를 풍기고, 경찰들은 그냥 비린내를 마구마구 풍겨줍니다. 이 영화, 확실히 날 것입니다. 아직 익지 않은, 비린내가 나는 날 것입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나쁜 놈들이라는 것을. 비린내가 난다는 것을. 그래서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2시간 정도의 긴 시간동안,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오지 않을 때가 없었습니다. 앞에서부터, 끝까지……. 정말로 끝까지 관객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마음을 쥐락나락폈다가 슈퍼마켓에서는 그야 말로 관객들을 죽여 버립니다.


뼛속까지 시린 아픔. 보면서 참 가슴이 피만큼 벌겋게 달아오르더군요. 제가 봤을 때, 이 영화가 뛰어난 점은 바로 그곳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범인을 추리해 내는 과정에서 나는 쾌감? 아니예요. 범인은 초반부터 보입니다. 범인과의 추격씬에서 느껴지는 스릴감? 아니예요. 범인은 초반부터 끝까지 주인공에게 잡힙니다.


내가 봤을 때, 추격자라는 말은 동물의 왕국에서의 추격자, 즉 약한 동물들을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의식에 투철한 강한 동물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패배자들을 물어뜯는 추격자들. 우리가 항상 느끼는 것들. 권력, 힘.


보다보면 '개새끼들……. 씨팔새끼들..'이라는 엄한 욕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단순히 경찰들 때문이 아니예요. 단순히 연쇄 살인범 때문이 아니예요. 단순히 주인공 때문이 아니예요. 더 복잡한 무언가가 내 가슴을 자꾸 두드려댑니다.

에라이. 씨팔.

그리곤 끝납니다.

그게 끝입니다.

끝.




PS : 찍으시는데 참 고생 많이 하셨겠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한 영화입니다.



by 우노히카 | 2008/07/17 12:53 | 느낀다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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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rborDay at 2008/07/17 23:48
말씀처럼 관객이 무의식적으로 그나마 덜 나쁜 놈을 응원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공공의 적]도 그렇네요. 뭐, 세상에 완벽하게 좋은 놈이 얼마나 있을까 싶으니, 덜 나쁜 놈을 응원하는게 그리 찜찜하지도 않습니다.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8/07/18 00:31
그나마 연쇄살인범이 가장 착한녀석이였어요. 사실 모두가 나쁜놈이라 구분지어 응원하고 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짓이겠지만 ㅎㅎ;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
Commented by 레드써니 at 2008/07/30 02:37
뭔가 상당히 독특한리뷰.ㅎㅎ 마치 짧은동화한편을 읽은 느낌인데 그 메시지는 강렬하군요--;;;;~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8/08/16 15:50
헛 과찬이십니다 ^^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8/08/02 01:34
부천에서도 상영을 하긴 하던데 제작과정과 각본에 있어서 뭔가 좀 안좋은 일들이 많아서 고민하다 뺐었습니다.

스턱은 진짜 좋은 영화죠. 고든 선생님 진짜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느낌의 연출이었어요. 10월에 미국에서 DVD출시라니까는 한번 볼 기회 오면 놓치지 말고 보세요.
Commented by 천용희 at 2008/08/02 01:35
아, 글을 덧붙이면...일은 계속 꼬이는 중이죠 뭐...
Commented by 우노히카 at 2008/08/16 15:50
일이 잘 풀리셨으면 하네요. 스턱 정말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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