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15일
다크나이트 - 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IMAX에서 관람한 영화. 하루에도 잠을 12시간 넘게 잘 수 있는 (하지만 쉬는날 아니면 자지 못하는 ㅎㅎ;) 나로써는 너무나도 힘든 시간대였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의자에 앉아 광고가 지나가는것을 보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눈이 절로 떠졌다. 다크나이트라는 영화는 그 정도로 매력적이고, 힘이 넘치고, 스타일리쉬하며, 멋진 영화이다.
굉장히 긴 상영시간 동안, 어려운 주제들과 너무나도 거대한 스토리들을 구겨넣으면서도 느린 호흡으로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보는 내내 박수를 치고 싶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마자 박수를 치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아서 금방 접었지만 ^^; 영화 상영관을 나오지 않고 그대로 그 좋은 영화의 찌릿찌릿한 느낌을 느끼고 싶을정도로. 같이 온 분이 나가시길 원해서 그러진 못했지만 ^^;
불안한 앵글이 나오는 영화는 여럿 있다. 단적으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은 보기만 해도 속이 뒤틀리고 머리가 멍해지고 땀이 분비되는, 그야말로 '토 나올 정도로 불안한 장면'을 매 영화마다, 매 초마다 구사한다. 이런 세계적으로 대인배취급을 받아야 하는 감독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봇물터지듯이 나오는 B급 영화들을 잘 살펴보면 몇 영화는 그야말로 흙 속의 진주처럼 불안감이 넘쳐 흐르는 장면을 구사해내기도 한다. (대부분 어쩌다 찍어낸 씬들이겠지만) 하지만 불안한 앵글이 긴 러닝타임 내내 계속되는 슈퍼 액션 히어로물은 배트맨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괜히 피쏠리게 거꾸로 키스하는 장면은 불안한 장면과는 거리가 멀껄?)과 같은 히어로물들은 탁 트이는 화면을 선호하니까. (액션도 잘 보여야 할태고, 보고 나서 아 속 후련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것 같다.) 배트맨이 이런 히어로물들과 차별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보는 사람이 불안불안한 모습들. 악인이 넘쳐 흐르고 사람이 길거리에 죽어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것만 같고,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그 마스크 속에 잠재되어 있는 더러운 피를 알아봐달라고 울부짖는 곳, 색이 바란 짙은 스모그가 도시를 광기로 덮어버린 곳인 고담시. 히어로이면서도 두려운 존재이며, 사람들의 밝고 밝은 희망 한 줄기일지도 모르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새까만 어둠으로 물들여져 있는 존재인 배트맨. 유머러스하면서도 안에 칼이 들어있는 대사들, 히죽히죽 웃지만 속은 새카맣게 타락한 다양한 캐릭터들과 너무나도 아름다워 매혹적인 어둠을 그려내면서도 기묘할 정도로 뒤틀린 화면들. 내게 배트맨이라는 영화는 불안함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이 다크나이트도 그 불안함과 혼돈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재해석 하기는 했다. 특히 사정없이 흔들리고 어쩔때는 먼 발치에서, 어쩔때는 지나치게 가깝게 인물과 배경들을 잡아내며 불안함을 자아내는 능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히스 레져의 조커 역시 탁월했다. 좋아하는 Arborday님의 평에 들어있는 표현을 빌려오자면 '파괴로 가득한 거대한 오페라의 지휘자'인 조커는 압도적일정도로 매력적이면서도 끔찍하고 두려운 존재이다. 정말로 매력적인 캐릭터인 투페이스라는 존재가 조커의 포스에 압도되어 잠깐 움츠릴 정도로 말이다.
대배우들의 연기 또한 볼 만 했다. 자칫하면 억지 눈물과 억지 감동 불어올 수 있는 신파적인 이야기를 지닌 게리 올드만은 과잉 감정이입 되지 않고 잘 연기를 이어나갔고, 모건 프리먼의 연기 또한 너무나도 멋졌다. 하지만 난 팀버튼의 배트맨이 더 좋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팀버튼이 구축해낸 배트맨의 세계의 매력은 불완전함과 이중성이라는 것에 있다. 물론 다크나이트에서도 선과 악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투페이스와 조커, 그리고 배트맨을 이용하여 매력적이게 그려내지만 팀버튼이 그려낸 이중성은 모든 곳에 있다. 고담시라는 배경 자체, 배트맨이라는 존재 자체, 살벌한 말을 하면서도 실실 쪼개지만 누구보다 아픈 과거를 가진 적들의 존재 자체에 있으며, 작은 소품 역시 아이러닉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고담시. 고담시라는 배경은 정말 기발하다 못해 경악스러울 정도로 멋진 배경이였다. 이중성과 혼돈, 불완전함과 불안함이라는 모든것을 담고 있는 그 고담시가 다크나이트로 와서는 의미가 옅어져버렸다.
또한 배트맨이라는 존재도 그렇다. 배트맨의 신념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을 굳이 그렇게 계속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조커라는 캐릭터도 아쉽다. 너무 캐릭터가 강했다. 투페이스와 조커는 공생을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라도 내비친듯이, 조커가 있을때에는 투페이스란 존재는 생각나지도 않았고 투페이스가 나왔을때는 조커라는 존재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조커와 투페이스의 만남이 너무나도 짧았다. 병원에서의 그 만남의 시간이 더 길고 더 깊은 대화를 이끌어내었더라면 감정 이입도 훨씬 더 빨리 되었고 더 스토리도 치밀했을꺼라는 평가를 얻었을 것이다. 천사에서 악마로 타락한 타락천사 조차도 그 짧은 시간안에 타락하지 않았다. 내가 봤을때, 조커의 말들은 투페이스의 마음을 파고들어갈 정도의 힘을 지니진 않았다. 그래서 때문인지 나중에는 삐걱대더라. 아뿔싸. 차라리 러닝 타임을 더 늘려서 (오바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가는 대화장면을 더 넣었더라면 훨씬 완벽했을터이다.
아무튼 놀란 감독이 또 놀라운 영화를 들고왔다 (넘 썰렁한 말장난 개그 ㅡ0ㅡ... 자비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대배우가 됬을 지도 모르는 히스 레져를 기리며 리뷰를 마친다.
-Why So Serious?-
# by | 2008/08/15 19:01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투페이스를 보며 차마 그를 비난할수없는 우리속의 양면성을 정말 동전처럼 운에 맡길수밖에 없는 인간의 혼돈을 잘그려낸작품같습니다
끝에서 영화를 조금 까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임은 틀림 없습니다.